“주총은 전투가 아니라 설득의 장… 방어에 집착한 기업일수록 더 큰 전쟁 부른다”

임성철 대표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 행동주의 시대 기업 전략의 전환 촉구

주주관여와 행동주의가 일상화된 자본시장에서, 더 이상 주주총회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연중 이어지는 설득과 신뢰의 과정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임성철 비사이드코리아 대표는 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주총은 한 번만 넘기면 되는 행사가 아니라, 이후 IR·의결권 자문·다음 주총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마일스톤”이라며 “지금의 시장은 전투가 아닌 동맹과 설득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비사이드코리아를 “매년 정기주총 시즌마다 기관투자가와 상장사를 잇는 실제 캠페인을 집행하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하며, 최근 시장 변화의 체감을 이렇게 전했다. “주주관여는 급증하고 있고, 상장 유지 비용은 비선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예전엔 소수주주가 주도하던 주주제안이 이제는 상장사와 주요 주주까지 가세하는 국면으로 확장됐다.”

행동주의, 제도 위에서 가속되는 ‘멈출 수 없는 흐름’

임 대표는 최근 주주행동주의를 ‘진공 상태에서 등장한 현상’이 아니라, 이미 마련된 제도와 정책 위에서 촉발된 구조적 흐름으로 규정했다. 의결권 행사 내역의 공개, 연중 평가 체계, 정관 변경과 이사회 강화, 밸류업 정책 등이 결합되며 행동주의는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코스피 5000을 돌파한 시점에서도 PBR 1배 미만 기업이 여전히 70%에 달하고, 낮은 배당 성향과 비효율적 자본 배치는 그대로”라며 “시장의 불만은 감정이 아니라 밸류에이션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언더밸류를 해소하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고, 기업 분할·비핵심 자산 매각·배당 확대 같은 요구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표 대결은 명분 싸움”

임 대표는 최근 주총 현장에서 벌어지는 표 대결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자본정책과 지배구조 개선안을 제시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다가오는 3월 정기주총은 단순한 예선전이 아니라, 향후 제도 변화가 본격 적용되기 직전의 사실상 본선 무대”라며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필사적으로 방어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일회성 방어책은 진정한 방어가 아니라, 오히려 위험을 앞당겨 불러오는 전략”이라고 경고했다.

방어 전략의 세 가지 비용: 평판·법적 분쟁·자본비용

임 대표는 제도 흐름을 거스르는 방어 전략이 초래하는 비용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평판 비용이다. 정관 변경 등 후진적 신호가 감지되는 순간, 시장은 기업의 과거 지배구조 행태까지 종합적으로 재평가하며, 한 번 찍힌 낙인은 주총 표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법적 비용이다.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더라도 분쟁은 끝나지 않고, 주총 직후 대표소송·결의 무효 소송·가처분 등으로 전쟁이 이어지며 경영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셋째는 자본 비용이다. 평판과 소송 리스크는 할인율 상승으로 직결되고, 이는 다시 행동주의의 명분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임 대표는 “올해 한 번을 넘기기 위한 방어책이 오히려 다음 해 더 거센 공격을 불러오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 보수, 새로운 레버리지로 부상”

그는 특히 이사 보수 한도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한 점을 강조했다. “상법 개정 과정에 집중한 기업들이 놓쳤던 관리 포인트들이 이제 주주들의 강력한 레버리지로 돌아오고 있다”며 “이사 보수는 3% 룰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고, 주주제안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임 대표는 “올해 주총을 준비하는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이사 보수 한도를 주요 안건으로 다루고 있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올해 주총은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답은 방어가 아니라 동맹 설계”

임 대표는 기업이 싸워야 할 대상이 특정 주주나 행동주의 펀드가 아니라, 시장 전반에 깔린 불신이라고 강조했다. “이 불신을 깨는 방법은 임시방편식 방어가 아니라, 주주와의 설득과 연합”이라는 것이다.

그는 적벽대전에 빗대 “조조가 패한 이유는 병력 부족이 아니라 민심과 연합을 가볍게 본 판단 착오였다”며 “주총을 막아내는 기업은 해마다 더 큰 전쟁터를 부르고, 시장을 설득하는 기업은 처음부터 전쟁터 자체를 작게 만든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금 자본시장이 기업에 요구하는 변화는 전쟁이 아니라 협력, 방어가 아니라 설득”이라며 “이 방향으로 전환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제도와 시장의 흐름 속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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