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가 바꾼 2026년 주총 풍경… 이사 보수·주주환원, 정면 충돌 국면으로

2026년 정기주주총회는 단순한 의안 처리의 장이 아니라, 자산이 실제로 주주환원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를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심혜섭 변호사는 3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주최 세미나에서 “상법 1·2차 개정에도 불구하고 자산이 주주환원으로 연결된다는 신뢰가 아직 시장에 정착되지 않았다”며 “이번 주총은 그 연결 고리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심 변호사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현상을 ‘스토리 중심 투자’와 대비해 설명했다. 그는 “성장·이익·자산으로 갈수록 투기적 성향은 줄고 펀더멘털 투자의 성격이 강해진다”며 “자산이 주주환원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구조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사 보수, 가장 낮은 리스크의 사익 추구 수단”
그가 특히 주목한 쟁점은 이사 보수 한도 결의다. 심 변호사는 “터널링이나 불공정 합병은 세무·형사 리스크가 뒤따르지만, 보수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합법적 사익 추구 수단”이라며 “그 결과 보수는 늘고 배당은 억제되는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가 형성돼 왔다”고 말했다.
보수가 높고 주주환원이 낮을수록 주가는 오히려 눌리고, 이는 대주주에게 상속·증여세 부담을 낮추는 이중의 이익으로 작동해 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때문에 보수 한도 결의는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주주권 행사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판례가 뒤집은 관행… “특별 이해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불가”
이러한 흐름의 전환점은 남양유업 사건이었다. 심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원고로 참여해, 이사 보수 한도 결의에 대해 “보수를 받을 지위에 있는 이사는 특별한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이 판결은 상고심에서 확정되며 법리가 굳어졌다.
이후에도 유사한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해 주총을 거쳐 올해 1월 선고된 한국앤컴퍼니 사건에서도, 조현범 회장의 보수 한도 결의가 취소되며 판례 취지가 재확인됐다. 심 변호사는 “한도 결의는 괜찮다는 기존 실무 관행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며 “이제 기업은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부결되면 지급 불가… 평판 리스크까지 감안해야”
2026년부터 보수 한도 안건은 실질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주총에서 결의가 취소되거나 부결될 경우, 이미 지급된 보수도 ‘가지급금’ 성격이 되어 반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심 변호사는 “법적 리스크보다 더 큰 것은 평판 리스크”라며 “보수 안건이 부결된 기업이라는 낙인은 시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으로 인센티브 구조도 달라졌다. 그는 “이제는 고액 보수보다 배당 확대가 대주주에게도 구조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라며 “주가 누르기 유인은 점차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주주행동주의의 새로운 카드
심 변호사는 보수 한도 결의가 주주행동주의의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짚었다. “3% 룰이 적용되는 감사·감사위원 선임과 달리, 보수 한도는 경우에 따라 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며 “부결, 불참, 수정안 제안 등 다양한 방식의 의사표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중소형 상장사를 사례로 들며 “대주주 의결권이 배제되면 일반 주주의 선택이 결정적이 되는 구조가 적지 않다”며 “이제 기업은 주주를 직접 설득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판례에는 한계… 결국 입법이 필요”
다만 판례만으로는 우회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사별 보수 한도 분리 상정, 미등기 임원을 통한 고액 보수 지급 등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지대다. 심 변호사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이해관계 없는 주주가 결정하도록 하는 원칙을 입법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며 “주주 충실 의무를 실질화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6년 주총은 주주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대주주의 자발적 변화와 주주와의 대화가 결국 가장 비용이 낮은 해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