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는 없다…경영은 책임일 뿐
선결 조건 없는 방어 장치 도입은 ‘미성년자에게 운전면허’
김규식 변호사는 경영권 방어 장치 논의를 “2024년 도입된 이사의 충실의무를 우회·무력화하려는 시도”로 규정했다. 그는 “경영권은 애초에 권리가 아니며, ‘매니지먼트 라이트’라는 표현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9일 거버넌스포럼 주최 좌담회에서 김 변호사는 “경영은 이사회가 주주 전체를 위해 복무하는 책임 구조”라며 “이를 특정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보호하는 권리로 포장하는 순간, 이해충돌이 제도화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포이즌필 제도를 예로 들며 “포이즌필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라 ‘주주 권리 보호 장치’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완전한 공정성 심사 ▲독립적인 이사회 ▲소수주주 승인이라는 엄격한 선결 조건이 충족될 때만 방어 장치가 허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은 이 세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방어 장치를 도입하는 것은 미성년자에게 운전면허를 주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자사주 처분 관련 법원 판단을 언급하며 “입증책임 전환조차 인정하지 않는 판례 환경에서 방어 장치를 논의하는 것은 충실의무를 종이호랑이로 만드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