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시 6조 순유입”…외국인 수급 구조 변화 기대
“구조적 저평가의 핵심 원인”…MSCI 분류의 무게
정부 로드맵 가동…외환시장 개선이 관건
“강박은 경계해야”…환율 통제 리스크 경고

한국 정부가 코스피 지수의 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을 본격 추진하면서 자본시장 구조 전환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외국인 자금 유입 확대와 변동성 완화라는 기대와 함께, 환율 통제력 약화 등 구조적 리스크를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맞서고 있다.
12일 보고서에서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약 6조원의 순유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국(EM) 지수에서의 자금 유출과 선진국(DM) 지수 편입에 따른 유입 규모가 유사하지만, 한국의 시가총액 비중이 확대될 경우 순유입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특히 외국인 자금 변동성 완화를 구조적 효과로 꼽았다. 그동안 한국 주식과 주가지수 선물이 중국 및 신흥국 리스크를 헤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으나, 선진국 지수 편입 이후에는 이 같은 성격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외국인 수급이 글로벌 이벤트에 과도하게 흔들리는 구조를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창훈 한양대 경영대학 겸임교수(전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는 한국 증시의 만성적 저평가 원인으로 MSCI 신흥국 분류 자체를 지목했다. 그는 “글로벌 연기금과 대형 기관자금은 대부분 MSCI 지수를 기준으로 자산 배분을 한다”며 “한국은 경제 규모와 산업 경쟁력에 비해 여전히 신흥국 그룹에 묶여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자금이 선진국 시장 중심으로 이동할 때마다 한국은 브라질·인도 등과 같은 이머징 그룹으로 분류돼 가장 먼저 매도 대상이 된다”며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표주의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외국인 수급이 흔들리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매도 논쟁보다 MSCI 선진국 편입이 더 본질적인 과제이며, 이는 개인투자자 요구가 아닌 정부 차원의 정책 과제”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을 공개하고, 올해 관찰 대상국 평가를 거쳐 내년 선진국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환시장 접근성, 거래 시간, 제도 투명성 등 MSCI가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외환시장 관련 과제를 핵심 개선 대상으로 삼았다.
기획재정부는 전담반 회의를 통해 관계기관 협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외환시장 제도 개선이 실제로 안착할 경우 선진국 편입 가능성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이미 외국인이 국내 주식의 약 30%를 보유하고 있어 지수 편입 자체가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MSCI가 요구하는 원화 역외 거래 허용에 대해 그는 강한 우려를 표했다. 김 센터장은 “환율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한국 경제의 최대 위기는 외환위기였다”며 “원화 통제력이 약화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김 센터장은 “증시 수요 확대와 환율 안정성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부가 발표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로드맵’에 대해 세부 과제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외환·증권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며, 국제투자자 신뢰 구축과 거버넌스 개혁의 지속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포럼은 지연 중인 3차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병행돼야 한국이 ‘투자자 보호가 되는 시장’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 의결권 행사 과정의 표 누수, 짧은 주총 소집 통지 기간, 집중투표제 도입에 따른 시스템 미비 등 실무적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MSCI 편입은 지수 변경이 아니라 국제금융시장 주요 플레이어의 인식 변화가 관건인 만큼, 뉴욕·런던·싱가포르 등에서의 1대1 미팅과 상시적 피드백 채널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기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기형 의원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시 리포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17조~65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유입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유동성 확대와 주가 상승 여력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평가돼 온 한국 증시가 정상적인 가치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시장 신뢰 회복을 통해 추가 상승 여력도 기대할 수 있다”며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 부동산 중심의 자산 축적 구조에서 금융·투자 시장 중심으로 전환되는 구조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단순한 지수 변경이 아니라, 외환·자본시장 제도 전반을 건드리는 구조 개편 프로젝트에 가깝다. 단기적인 자금 유입 효과를 넘어, 외국인 수급의 성격 변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환율 안정성, 정책 자율성, 지배구조·상법 개정 등 내부 체질 개선과의 균형 없이는 기대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결국 MSCI 선진국 편입은 목표 그 자체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