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렌베리 가문 자금력 앞세워 ERP·보안·인프라 섹터 잇단 인수
― 클라우드·AI·순환경제 중심, 장기 성장형 투자로 전략 전환
― SK쉴더스·리멤버·더존비즈온 등 디지털 인프라 포트폴리오 구축
― 스웨덴식 지배구조·ESG 결합, 외국계 PEF 2세대 모델로 부상
― 국내 시장, EQT의 아시아 ‘SaaS 허브’ 역할 전망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이 운영하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EQT Partners)가 한국 시장을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삼고 있다. 2023년 SK쉴더스 인수를 시작으로 폐기물, AI, ERP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대형 투자를 잇달아 집행하며 한국의 핵심 산업군을 글로벌 포트폴리오에 편입시키는 행보다.
EQT는 최근 국내 대표 ERP·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인 더존비즈온의 최대주주 지분을 약 1조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로 EQT는 김용우 회장(23.2%)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14.4%)가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아 의결권 기준 37.6%를 확보하게 된다. 인수금융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 절차를 거친 뒤 거래가 종결되면 EQT는 더존비즈온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EQT가 이후 잔여지분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번 인수는 EQT가 지난해 보안업체 SK쉴더스를 인수한 지 2년 만의 대형 거래다. EQT 밸류애드 인프라(Value-Add Infrastructure) 펀드는 2023년 3월 SK쉴더스의 지분 68%를 인수하며 한국 물리·사이버 보안 시장에 진입했다. 나머지 32%는 SK스퀘어가 보유했다. 당시 인수가는 약 2조 원대로 추정된다. SK쉴더스는 약 68만 개 상업 고객에게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1위 통합보안 플랫폼으로, EQT는 해당 거래를 통해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거점을 확보했다.

이후 EQT는 한국 시장에서 환경·AI 분야로 투자영역을 확장했다. 2024년에는 KJ Environment(현 Rena)를 인수하며 폐기물 처리 및 플라스틱 재활용, 이른바 Waste-to-Energy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기업가치는 약 7억3300만 달러(한화 약 1조 원)로 평가됐다. 이 투자는 EQT 인프라부문이 주도했으며, 순환경제와 탈탄소 산업 생태계를 한국에서 구현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
2025년 8월에는 HR테크 스타트업 리멤버(Remember & Company) 지배지분 약 47%를 인수하며 기술 기반 투자에도 속도를 냈다. 리멤버는 명함관리로 출발해 인재 매칭·AI 채용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한 플랫폼으로, EQT는 해당 투자를 “AI 시대의 인적자원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으로 규정했다. 대형 인프라뿐 아니라 디지털 소프트웨어·데이터 비즈니스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힌 셈이다.
이보다 앞선 2019년에는 아쿠온캐피탈(Acuon Capital)에 투자하며 한국 금융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할부금융과 리스, 기업대출 등 전통 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중형 금융사로, EQT의 한국 진출 초기 교두보 역할을 했다.
이처럼 EQT는 불과 6년 만에 보안–폐기물–AI–ERP–금융에 이르는 다층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각 거래마다 공통점은 ‘디지털 인프라’와 ‘지속가능성’이다. SK쉴더스는 물리보안과 사이버보안을 결합한 디지털 보안기업, KJ Environment는 친환경 인프라, 리멤버는 AI 기반 인력 플랫폼, 더존비즈온은 클라우드 ERP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모두 ‘데이터·기술·지속성’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EQT는 특히 한국을 아시아 투자 중 핵심 시장으로 규정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활동하던 EQT는 2023년 서울사무소를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발렌베리 가문의 장기 자본과 스웨덴식 지배구조 철학을 앞세워, 단순한 단기 차익보다 산업 성장과 혁신을 병행하는 투자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EQT의 아시아 총괄 파트너는 “한국은 기술력과 제도적 투명성을 갖춘 시장으로, ESG와 디지털화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투자처”라고 평가했다.
IB 업계는 EQT의 행보를 ‘2단계 확장기’로 본다. 초기에는 인프라·보안 등 안정적인 캐시플로우 중심 투자에서 출발했으나, 이제는 더존비즈온과 리멤버를 통해 고성장 소프트웨어·클라우드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EQT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소프트웨어·AI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확대 중이다. 이번 더존비즈온 인수는 EQT가 한국을 아시아 SaaS 허브로 삼겠다는 전략의 출발점으로 해석된다.
국내 시장에선 EQT의 공격적 행보가 외국계 사모펀드의 ‘2세대 전략’으로 평가된다. 과거 MBK·KKR·칼라일 등 1세대 펀드들이 금융·소비재 중심의 구조조정형 투자에 집중했다면, EQT는 ESG·AI·디지털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성장형 투자(Growth-PE)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QT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디지털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적 장기자본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한국 내 후속 투자도 ERP, 클라우드 보안, 데이터센터, 폐기물 인프라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