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감옥 간 대주주, 그 기업은 달라진다”

김형균 본부장 “내부통제 실패·형사책임 약화 땐 행동주의만 남는다”

발언하는 김형균 본부장 [사진=안수호]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을 현장에서 이끄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배임죄 폐지 논의는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5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연합회 파인홀에서 ‘배임죄 폐지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 세미나를 열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이날 “횡령·배임 등 대주주의 사익추구를 제어하는 유일한 실질 수단이 형사 책임”이라며 “내부통제와 민사소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형사 책임까지 약화하면 시장 신뢰가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대주주가 감사 선임…감사제도는 사실상 무력화”

김 본부장은 “기업가치 저평가의 근본 원인은 대주주나 경영진의 사익추구”라며 “행동주의 투자는 이런 왜곡을 바로잡아 기업 가치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효과적인 견제 장치는 내부통제지만, 현실에서는 대주주가 감사나 감사위원을 직접 임명하기 때문에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 그는 남양유업을 꼽았다.
“홍원식 전 회장은 납품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고, 친인척이 운영하는 도관회사를 끼워 통행세를 챙겼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행위를 견제해야 할 감사 자리에 납품업체 사장을 앉혔다는 겁니다. 급여를 과도하게 책정하고 현금으로 돌려받는 전형적 횡령 구조였죠.”
김 본부장은 “2020년대에도 호텔 화장실에서 종이봉투로 돈을 받는 이런 ‘원시적 방식’이 버젓이 존재한다”며 “대주주가 선임한 감사 체계가 기업 내부 감시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결과”라고 말했다.


“주주가 선임한 감사는 거의 전무…표대결 구조상 현실 불가능”

그는 “소액주주나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을 통해 감사를 선임하려면 표대결에서 이겨야 하는데, 회사는 수억 원을 들여 의결권 수거업체를 동원해 반대 캠페인을 벌인다”며 “이 구조에선 주주제안으로 감사를 통과시키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했다.

“남양유업, 사조오양, SM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성공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대기업은 감사위원회 제도를 두고 있어 주주가 1명을 넣어도 3~5명 중 한 명일 뿐 실질적 영향력이 없습니다.”


“주주대표소송은 ‘시간·비용·입증’의 삼중 장벽”

김 본부장은 “민사적 수단으로 대표되는 주주대표소송은 현실적으로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기간이 수년이고, 비용은 주주가 부담하며, 승소해도 배상금은 회사에 돌아가 주주에게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사례로 그는 태양현대엘리베이터를 언급했다.
“태양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대표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회사 주가엔 변화가 없었고 소송비용만 남았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정은 회장이 TRS 파생상품 거래로 회사에 4,400억 원 손실을 냈고, 쉰들러엘리베이터가 소송해 1,700억 원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현 회장은 여전히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배임 혐의 수사도 중지됐다가 재개 검토 중입니다.”

그는 “이런 결과를 보면 주주대표소송은 시간도, 실익도, 실효성도 없다”며 “결국 남는 건 형사 책임뿐”이라고 말했다.


“행동주의가 효과 있는 이유? ‘한 번 다녀온’ 대주주는 절대 다시 안 저지른다”

김 본부장은 “우스갯소리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 있다. ‘한 번 감옥 다녀온 대주주가 있는 기업은 행동주의가 통한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실제로 그런 기업에 투자해 자본배분 개선을 요구하면, 경영진이 훨씬 신속하게 대응합니다. 형사 처벌의 기억이 강력한 억제력으로 작용하는 거죠.”

그는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약화시키면 이런 ‘억제 메커니즘’이 사라진다”며 “결국 행동주의 펀드만이 마지막 견제 수단으로 남게 된다”고 우려했다.


“광주신세계 사례, 이사회 구조 왜곡의 상징”

김 본부장은 광주신세계 사건을 “지배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았다.
“신세계는 전국 모든 백화점을 본사 지점으로 두고 있지만, 유독 광주신세계만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습니다. 1995년 설립 후 1998년 액면가 5천만 원 증자를 했는데, 신세계가 100% 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증자 참여와 과정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그는 “이런 구조는 지배주주가 내부 거래를 통해 이익을 이전하거나, 그룹 차원에서 자산을 분산시키는 전형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경영판단의 자유로 포장된 구조적 사익추구 문제를 배임죄가 막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형사책임 약화는 행동주의 강화로 이어질 것”

김 본부장은 “배임죄 폐지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캠페인을 오히려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내부통제는 무너졌고, 민사소송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배임죄까지 약화되면, 남은 건 시장 압력뿐입니다. 행동주의 펀드가 직접 주주권을 행사하고, 사모펀드가 경영진을 교체하는 일이 더 늘어날 겁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ESG)이 강조되는 시대에 오히려 형사적 통제만 약화시키는 건 시대 역행”이라며 “정부가 정말로 ‘코스피 5000’을 원한다면, 배임죄 완화가 아니라 투명한 지배구조와 공정한 시장질서가 먼저 확립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은 발언을 마치며 이렇게 정리했다.
“감사제도는 대주주의 손아귀에 있고, 주주대표소송은 실효성이 없으며, 형사책임까지 약화된다면 기업지배구조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
배임죄는 단순히 형법 조항이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가 개입하지 않아도 기업이 스스로 바로 서게 만드는 최소한의 방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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