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SK스퀘어 이어 LG화학까지…英펀드에 ‘찍힌’ 기업 공통점은

팰리서캐피탈, 이사회 교체·자사주 매입 요구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도움될까

모회사 기업 가치 대비 자회사 가치 비대한 기업에 자본 재배치와 지배구조 개선 요구

챗GPT 생성 이미지

 

한국 기업을 상대로 주주 행동을 벌이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게 됐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런던을 본사로 둔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최근 LG화학을 상대로 이사 교체와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며 시장을 흔들었다. 서한이 공개된 직후 LG화학 주가는 장 초반 10% 가까이 급등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요구는 단순한 투자 의견을 넘어, 팰리서가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자본배분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본격적인 개입 신호로 해석된다.

팰리서가 제시한 논리는 명확하다. LG화학의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대비 74% 이상 할인되어 있으며, 이는 약 69조 원 규모의 가치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펀드는 LG화학의 이사회가 경영 전문성과 자본배분 경험이 부족한 학계 중심의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의 본질적 가치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한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팰리서의 이러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삼성물산과 SK스퀘어 등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잇따라 행동주의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LG화학, SK스퀘어, 삼성물산은 서로 다른 산업에 속해 있지만, 공통적으로 ‘자회사 지분 가치가 모회사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LG화학은 전체 기업가치의 80% 이상이 전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지분에서 비롯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화학 중심의 저평가 기업으로 인식된다. SK스퀘어 역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ICT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감안하면 순자산가치 대비 50% 이상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 삼성물산의 경우도 삼성전자 지분 가치만으로도 현 시가총액을 상회한다는 분석이 반복돼 왔다. 세 회사 모두 자회사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구조적 왜곡을 안고 있으며, 이는 행동주의 펀드가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재배치를 요구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SK스퀘어 본사 T타워 전경 [사진=SK스퀘어]

2023년 말, 팰리서는 삼성물산에 조직개편과 자사주 매입 확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당시 팰리서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자산과 자회사 지분가치에 비해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한 자본배분이 이뤄진다면 기업가치가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4개 사업부를 통합 관리할 CEO 선임,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 확대, 자본배분 전문가 영입 등을 요구하며,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배당 확대 및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프로그램이 의제로 상정되자, 팰리서는 해당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히며 국민연금에도 의결권 행사를 요청했다. 시장에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 이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다시 삼성 계열사를 정면으로 겨냥한 사례로 주목했다.

사진=삼성물산

2024년에는 SK스퀘어가 다음 타깃이 됐다. 팰리서는 SK스퀘어 지분 1% 이상을 확보한 뒤 1년 이상 경영진과 비공개 협의를 이어오며, 회사가 발표한 ‘밸류업(Value-Up)’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이사회 강화, 자본환원 정책의 확대를 주문했다. SK스퀘어가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내세우자, 팰리서는 이를 “건설적인 첫걸음”이라 평가하면서도 “핵심 성과지표(KPI)에 자본비용 개념을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배당정책 수준을 넘어 경영전략과 보상체계의 구조적 개혁까지 개입한 전형적인 행동주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처럼 팰리서는 삼성물산과 SK스퀘어를 연이어 겨냥하며, 한국 대기업들이 오랫동안 직면해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그들이 제시한 요구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이사회 중심의 자본배분 개혁. 둘째,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셋째, 경영진 보상체계의 글로벌 표준화. 이번 LG화학 캠페인 역시 이러한 일련의 전략적 접근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외국계 행동주의의 압박이 반드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사회 개편이나 자사주 매입 요구는 경영진의 전략적 자율성을 제약할 수 있고, 대기업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산업정책 연계성 또한 변수로 작용한다. 실제로 팰리서가 과거 글로벌 광산기업 리오틴토를 상대로 이중상장 구조 폐지를 요구했을 때, 주주총회에서 제안이 부결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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