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EB’ 공시에 흔들린 주가…소각 기대 무너진 개미들 [데일리 지배구조]

‘자사주 EB’ 공시에 흔들린 주가…소각 기대 무너진 개미들

국내 주요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서면서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24일 KCC는 43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EB 발행을 공시한 뒤 하루 만에 12% 가까이 빠지며 시가총액 7000억 원이 증발했다. 앞서 카카오페이와 태광산업도 유사한 공시 후 주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EB는 기업이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주식으로 교환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가 크다. 특히 KCC는 사상 최대 실적 전망과 목표가 상향으로 기대가 높던 시점이라 투자자들의 충격이 더 컸다.

올해 들어 자사주 기반 EB 발행을 공시한 기업은 51곳으로, 지난해 대비 다섯 배 늘었다. 상법 개정안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추진되자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유상증자와 같아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파인 임시주총, 주주환원안 부결…대주주 반대에 소액주주 ‘패배’

리파인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와 2대 주주 머스트자산운용이 제안한 주주환원 안건이 대주주 리얼티파인의 반대로 부결됐다. 현장에서는 단 한 명도 반대하지 않았으나 전자투표 최종 집계에서 전체 의결권의 71%가 반대로 집계되며 안건이 무산됐다.

안건은 858억 원 규모의 자본준비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향후 배당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주주들은 지난 4월 리얼티파인을 상대로 연 6% 고금리 교환사채(EB)를 발행한 이사회 결정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서호성 대표는 “현금은 왕(Cash is King)”이라며 투자 기회를 모색할 시간을 달라고 호소했지만, 대주주의 표심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논란의 핵심인 EB 발행은 최대주주 특혜 의혹을 받으며 ‘업무상 배임’ 가능성까지 제기돼왔다. 머스트운용은 관련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달라고 감사에 청구했으며, 감사가 소송에 나서지 않으면 직접 주주대표소송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총 결과는 소액주주 제안이 대주주의 절대적 지분에 막히는 현실을 다시 확인시킨 사례가 됐다.

대기업 이사회 전문위원회 평균 3.6개…ESG·감사위 확산

국내 대기업들의 이사회 전문위원회 설치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72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평균 3.6개의 전문위원회를 운영해 전년(3.4개)보다 늘었다. 위원회가 없는 기업은 46곳으로 줄었고, 감사위원회 설치율은 81.2%에 달했다. ESG위원회는 57%로 5년 만에 절반을 넘겼으며 업종별 격차도 컸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55.1%), 보상위(48.4%), 내부거래위(29.3%)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CEO후보추천위 설치 기업은 3.8%(14곳)에 불과했고, 대다수는 금융사였다. 전문가들은 “상법 개정과 ESG 경영 확산으로 전문위원회 설치가 늘겠지만 CEO 승계 투명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라고 평가했다.

경실련 “배임죄 폐지, 재벌 총수 전횡 방치하는 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논의 중인 ‘배임죄 폐지’ 추진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경실련은 24일 성명을 통해 “배임죄 폐지는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강화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자본시장 질서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재벌 총수와 대기업 경영진의 전횡을 사실상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배임죄를 기업 경영자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핵심 장치로 규정하면서, 이를 없애는 것은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내세운 ‘경영 위축 방지’ 명분에 대해서는 “총수 일가의 편법 승계, 부당 합병, 일감 몰아주기 등 주요 사건에서 배임죄는 공정한 책임 추궁의 최소한의 수단이었다”며 “폐지는 곧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경실련은 “미국은 민사상 징벌배상제도와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어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막대한 손해배상을 물린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배임죄마저 폐지한다면 주주의 권리와 자본시장 투명성은 치명적으로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민주당에 대해 “배임죄 폐지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오히려 징벌배상제와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그리고 재벌·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발언하는 민병덕 의원 [사진=안수호]

공시위반 매년 늘지만…솜방망이 제재에 ‘반복 적발’

최근 5년간 상장·비상장 법인의 공시의무 위반이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병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자본시장법상 공시위반 건수는 총 484건으로 매년 늘고 있으며, 올해도 8월까지 63건이 적발됐다. 위반 유형은 증권신고서나 소액공모서류 미제출 등 발행공시 위반이 74.6%로 가장 많았고, 정기공시 위반과 주요사항공시 위반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제재 조치의 65% 이상이 경고·주의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올해 평균 과징금은 4868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었고, 과태료도 평균 6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민 의원은 낮은 과징금과 솜방망이 제재가 공시 위반을 부추기는 원인이라며, 신고포상금제 도입과 제재 강화로 공시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남기기

HOT POSTING

지구인사이드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