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주가 폭등의 의미 [기자수첩]

두산, 한화, HD현대 등 주요 지주사들이 줄줄이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주회사들이 ‘덩치값’을 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 상승세는 본질적 개선이라기보다 ‘대선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기댄 반등이다. 다시 말해,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를 낳은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다.

지주회사 디스카운트는 단지 시장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고질적인 지배구조 불신에서 비롯됐다. 기업 내부의 자본배분 결정은 지배주주의 입맛대로 흘러왔고, 소액주주는 ‘지배력 유지의 도구’로만 취급됐다.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을 통한 이익 편취, 자사주를 활용한 승계 수단, 미미한 배당과 자사주 소각 회피까지—모든 수단은 지배구조 강화에 집중됐고, 그 결과가 바로 ‘지주사 할인’이었다.

2017~2021년 한국의 모자(母子) 기업 동시 상장 비중은 19.3%. 미국(5.7%)의 3배가 넘는다. 이쯤 되면 ‘시장관행’이라기보다 ‘구조적 착취’다. 실적이 좋아도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계열사가 잘돼도 지주사는 반응이 없다. 아니, 오히려 계열사 리스크가 있으면 지주사도 같이 추락한다. 투자는 ‘성장성’과 ‘지배구조 리스크’를 함께 계산해야 하는 모순된 도박이 되었다.

다음달 출범할 새 정부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나서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법 개정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상법을 개정해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와 자사주 소각 원칙화, 쪼개기 상장 시 기존 주주의 신주 우선배정 등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투자환경 개선을 넘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회복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법 개정만으로도 외국인 투자금 유입이 폭증하며 5년 내 코스피 5000 도달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는 공허한 장밋빛 약속이 아니라, 일본과 같은 선례가 있는 실현 가능한 미래다.

대선이 증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시장을 지키고, 법이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혁과 주주권 보호가 한국 자본시장의 재도약을 이끄는 진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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