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역할 키워야”
한국의 연금제도가 노후소득 보장을 충분히 달성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10일 자유기업원 주최로 ‘국민연금과 자본시장’ 세미나가 열렸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퇴직연금 운용과 관련된 금융당국의 역할을 비판하며,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윤 위원은 “한국의 퇴직연금 운용 수수료는 해외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덴마크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퇴직연금 보험료가 8.33%이고 국민연금 보험료가 9%지만, 퇴직연금은 소득 상한이 없다”면서 “고소득자의 경우 퇴직연금에서 부담하는 보험료 총액이 국민연금을 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한국에선 퇴직연금이 노후소득 보장의 한 축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OECD가 퇴직연금을 노후소득 보장의 주축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가입자 비율이 최소 80% 이상이어야 한다”면서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 가입자는 전체 타겟 인구의 53% 수준에 불과해 국제기준에 미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도 문제다. 윤 위원은 “국민연금도 낮은 수익률로 비판받지만,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국민연금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입자들에게 손실을 초래하는 구조이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퇴직연금의 기금형 제도를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가입자가 원할 경우 국민연금이 일정 비율을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전부 아냐”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수익률 제고를 위한 노력은 당연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포트폴리오 변화로 인해 일부 조정은 가능하지만, 수익률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수익률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잡으면 오히려 투자 위험이 증가하고 기대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박사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해상충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MBK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하는 동시에 고려아연에도 직접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MBK가 고려아연을 공격하면 국민연금은 어느 쪽의 편을 들어야 할지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이러한 이해상충 문제는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연기금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과거보다 크게 줄고 해외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하락과 해외 시장의 투자 기회 증가 때문이며,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을 인수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장기적인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 문제에 대해서도 김 박사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퇴직연금의 포트폴리오와 금융회사의 서비스 수준에 비해 수수료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일부 수수료 수익이 투자자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고갈, 금융시장 충격 상당해”
이날 박명호 홍익대학교 교수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 문제를 짚었다. 박 교수는 “현재 18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이 15년 내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기금 운용 수익률을 4.5%에서 5.5%로 높이겠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금 소진 시 매년 120조원가량의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이 국채 시장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 박 교수는 “기금이 소진되면 국채 발행 비용이 증가할 것이며, 이는 장기적인 국가 재정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하락이 예상되며, 이는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국세 수입 감소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의 대안으로 퇴직연금이 제시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박 교수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닮아가야만 기금 고갈 이후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금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현행 연금제도 내에서 공제회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최근 노란우산 공제회를 방문했는데, 이는 자영업자나 소규모 법인들이 가입할 수 있는 공제회”라며 “우리나라에는 연금 성격을 가진 다양한 공제회가 존재하지만, 다층 연금 체계를 논의할 때 이러한 공제회들이 포함되지 않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공제회 운영을 재검토하고 제도적으로 포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고갈, 자본시장에도 악영향" [현장+]
한국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되면, 자본시장 수급 측면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는 대규모 정부 지출 필요로 이어지는 만큼, 재정 안정화 관점에서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자유기업원 주최로 ‘국민연금과 자본시장’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서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연금 개혁이 단순한 제도적 개편을 넘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이 현재 1100조원 규모에 이르고, 2040년에서 2055년 사이 급격히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환시장 등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 실장은 “국민연금이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시장의 수급 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남 실장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시장 영향력에 대해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점차 줄여가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