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재산 분할액이 1조 3808억원에 달하는 ‘세기의 이혼’을 하게 됐다. 이 이혼 재판의 핵심은 최 회장이 가진 SK㈜ 지분이 가진 성격이다.
최 회장은 부친에게서 상속받은 것을 기반으로 한 재산이니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심 법원은 최 회장이 결혼 생활 중 형성한 재산이라고 봤다.
“SK는 경영권이 취약하니 최태원에게 돈을 줘 대한텔레콤 지분을 인수하게끔 하라고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조언했다. 최 선대 회장이 3억원 가까이를 최태원에게 현금으로 줬다. 그 돈으로 최태원이 대한텔레콤 지분을 샀다”
손길승 전 SK 회장이 15일 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1998년 12월 이 대한텔레콤이 SK컴퓨터통신을 흡수 합병하면서 SK C&C가 출범했다. 다시 이 SK C&C는 합병을 거쳐 SK㈜가 됐다. 이 모든 것은 최 회장을 위한 SK그룹 차원의 프로젝트였다.
최 회장이 SK㈜ 17.73% 지분을 보유하게 된 배경이다.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SK㈜를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했다.
부친에게 물려받은 자금으로 인수한 대한텔레콤을 기반으로 확보한 주식이니 ‘상속 재산’으로 봐,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한 최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가 SK㈜ 가치 증가에 경영상 기여한 점을 고려할 때 최종현이 사망한 이후부터는 원고가 주장하는 ‘자수성가형’ 사업가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텔레콤의 후신인 SK C&C라는 회사는 과거 SK그룹의 전산업무 등을 총괄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였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기업이다. 이제는 지주회사인 SK(주)의 C&C 사업 부문인 것이다.
SK C&C는 최태원 SK 회장과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44%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룹 일감을 잔뜩 몰아준 덕분에 보유한 현금으로 지주회사 SK㈜ 지분을 30% 이상 확보했다.
2015년 SK C&C와 SK㈜는 합병을 결정한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지주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합병 전 최 회장의 SK㈜ 지분은 0.02%에 불과했다.
최 회장이 SK㈜의 최대주주가 되는 과정은 사익 편취 그 자체로 이뤄졌던 것이다. 최 회장 개인 회사에 그룹사 일감을 몰아줘 현금 창고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현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확보했다. 그리고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 과정을 거쳤다.
그런 최 회장이 SK㈜는 노 관장과 나눌 수 없는 오로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SK㈜는 차라리 사회에 환원해야 할 재산이라고 밝히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이 소송은 최 회장이 다른 주주들이 가져가야 할 몫을 부당하게 많이 차지한 과정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사건 소송과는 별개로 최 회장은 주주들에게 사죄해야 하지 않을까.
최 회장의 17일 기자회견에서처럼 “개인적인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이다. 이혼으로 해당 재산을 분할 받게 될 노 관장도 사회 앞에 그 재산을 당당하게 자기 것이라고 주장해도 되는지 의문이다.
특히 SK그룹의 성장에 아버지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후광이 작용했다는 이혼 소송에서의 자신의 주장을 되돌아본다면 말이다.
국민들도 이 사건을 흥미 위주로 볼 것이 아니다. 재벌들이 남의 돈으로 자신들의 재산을 어떻게 늘려왔는지를 이 사건을 통해 똑똑히 봐야 한다. 그래야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우리 자본시장 발전을 얼마나 저해해왔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