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받은 기업들, 수감 중 이호진에 150억 현금 배당

특별사면 두 달만에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대상이 된 태광그룹과 이호진 전 회장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비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이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흥국자산운용이 계열사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의 20조원이 넘는 금융 상품 일감을 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7일 국회에서는 민병덕·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 : 황제보석 태광그룹을 통해 본 정경유착·유전무죄 실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태광, 자본으로 법 지배…검찰, 이호진 재판 넘겨야”
흥국생명 해고 노동자인 이형철 태광그룹바로잡기 공동투쟁본부 대표는 추가적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제기했다.
이 대표는 “흥국생명은 보험 계약자들이 맡긴 16조원을, 흥국화재의 3조원을 흥국자산운용에 맡겼다”면서 “이 전 회장이 흥국자산운용의 대주주니깐, 배당으로 받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흥국운용은 수감 중인 이 전 회장에게 2019~2021년 47억원을 배당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증권에서 112억원을 배당받았다.
흥국운용은 흥국증권이 72%, 이 전 회장이 2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증권의 68.7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사실상 이 전 회장이 흥국운용을 92%를 지배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이 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태광그룹 사태는 자본의 법치 지배를 드러낸 극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데 이것을 실행하고 움직였던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면서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의 책임을 판시했다. 그런데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광그룹이 준법위원회와 ESG위원회를 섞은 미래위원회를 발족했지만 외부인사 하나 없는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 불과하다”면서 “경영진 내부 모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윤 최측근 이노공 차관 남편은 태광그룹 고문…사면 원인 됐나?
정권과 유착 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과 관련해서다. 이 대표는 “이노공 차관의 남편이 태광그룹의 법무실장으로 4년 간 근무하고, 현재 그룹 고문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다”라면서 “그것 때문에 이호진 전 회장이 복권이 되지 않았나한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8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돼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이 전 회장은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혐의로 2018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2021년 만기 출소했다. 중간에 지병을 이유로 보석으로 나온 잠시 이 전 회장은 멀쩡히 외출하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포착돼 ‘황제 보석’ 논란도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태광그룹 비리 문제로 토론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시대착오적”이라면서 “배임이나 잘못된 보석같은 반칙은 투명성·절차적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저는 경제 체제 전반에 대한 새로운 큰 그림을 그리는 단계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