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직’을 걸어야 한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비상장 주식 논란을 보면 공직자 재산 신고 제도의 허점이 드러난다.

고위공직자는 3000만원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를 심사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이를 백지신탁해야 한다. 

백지신탁은 금융기관이 조건 없이 해당 자산을 관리하는 것이다. 매각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피하기는 너무나도 쉬웠다.

이균용 후보자는 아내 소유 비상장 주식을 신고하지 않았다. 김행 후보자는 자신이 설립한 언론사 주식을 지인에게 팔았다 나중에 다시 사는 방식으로 명의만 변경했다.

금융기관이 보유 내역을 통보하도록 돼있는 상장 주식에 비해 비상장 주식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김 후보자와 이 후보자는 이 같은 논란 끝에도 최종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도는 고칠 필요가 있다.

백지 신탁을 피하기 위한 재산 누락이나 명의 변경에 대해서는 공직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 진경준 전 검사장은 김정주 넥슨 창업자에게서 비상장 넥슨 주식을 살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다. 추적이 어려운 비상장 주식이 뇌물로 활용될 가능성을 미리 막아야 한다.

또한 공직자 보유 주식에 대한 금융당국 차원의 수시 점검도 필요하다. 현재 공직자 재산 신고는 매년 연말을 기준으로 이뤄진다.

그 경우 연말이 되기 전에 보유 주식을 처분하면 실질적으로 백지신탁 심사 대상에서도 벗어나는 문제가 생긴다. 국내에서 많은 주식 거래가 단기간에 이뤄짐을 고려하면 현실적이지 못한 조치다.

다만 과거에 마련된 3000만원이라는 기준은 현재 물가와 소득 기준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주식 투자는 기업의 자금 조달과 금융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만큼, 백지신탁 기준을 높여 고위 공직자도 합법적인 범위에서 주식 투자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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