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 기업가도 지폐에 들어갈 수 있을까

새 1만엔권에 들어갈 시부사와 에이이치 [자료=일본은행]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는 2024년부터 사용되는 일본의 1만엔권 지폐에 얼굴을 올리게 된다.

시부사와 에이이치는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기업가다. 관료 생활을 잠깐하다 물러나 사업을 시작했다.

제일국립은행(미즈호 은행), 77국립은행, 도쿄가스, 도쿄해상화재보험, 오지제지, 전원도시(도쿄 급행 전철), 치치부시멘트(태평양시멘트), 제국호텔, 지치부철도, 게이한 전기 철도, 도쿄증권거래소, 기린 맥주, 삿포로 맥주, 동양방적(토요보), 대일본제당, 메이지제당, 시부사와창고를 포함해 500개 기업의 창업에 관여했다.

그래픽=지구인사이드

 

이 기업들이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기업집단을 두고 ‘시부사와 재벌’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시부사와 측이 직접 보유한 지분율이 20% 미만이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우리식으로 부르면 ‘주인 없는 회사’, 즉 소유 분산 회사로 남을 수 있었다.

일본에서 주식 회사 제도를 정착시킨 시부사와가 그 스스로 주식회사의 모범을 보인 셈이다. 또한 시부사와는 기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데 몰두했다.

사업가로서 능력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기업가들도 대단하다. 삼성그룹은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비롯해 63개 계열사를 갖고 있다. 사회 공헌 활동에 쏟아넣은 금액과 노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삼성그룹을 창업한 이병철 회장은 물론 국내 기업가들이 지폐 인물로 선정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 대사이긴 하지만, 이 회장을 묘사한 주인공은 “장사꾼이 이문 앞에서 부모 형제, 삼강오륜 다 따지가 우예 돈을 벌겠노”라고 말한다.

실제 이 회장이 이익 앞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쿄 시부사와 에이이치 기념관의 ‘논어’ [사진=정우성 기자]

그러나 시부사와가 추구한 인간형은 공자가 말한 ‘군자’였다. 군자는 현실세계에 머무르지 않고 이상을 추구하고 천명을 알고자 하는 자다.

또한 자신에게 추어진 천명을 자각하고 이를 발견하여 도덕의 수행을 통해 인격을 완성하여 천인합일의 경지를 추구하는 자다.

세상에 참여하여 사람과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노력한 자다.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준 대신 세상에 더 좋은 기업을 돌려준 시부사와와 다른 재벌들의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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