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을 신성한 공간이라는 뜻에서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부른다. 이걸 빗대서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생겨났다. 60~70년대 자식 교육을 위해 소와 논밭을 팔아 학비를 마련하던 분위기를 가리킨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700억원 규모의 로봇 친화형 빌딩을 세운다고 한다. 2024년 준공 예정으로 첫 삽을 떴다. 그 빌딩을 올리기까지 들어간 노력을 생각해 봤다.
수만 곳에 달하는 치킨집에서 배민 주문으로 팔린 닭이 얼마나 많을까. 그 치킨들의 뼈로 쌓은 계골탑(鷄骨塔)이라는 별명을 붙여도 적절할듯싶다.
최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1만 1000원인 돈가스를 팔아서 ’42원’을 정산 받았다는 사연이 올라왔다. 배민은 가게를 앱 상에서 상위에 노출시켜주는 ‘우리 가게 클릭’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들이 해당 광고를 누를 때마다 몇백원씩 광고료가 빠져나간다. 이 광고 클릭 수에 비해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은 결과다.

여기서 42원은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임대료와 같은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다. 결국 배민에서 장사를 할수록 적자라는 결론이 나온다. 결국 해당 점주는 가게를 접기로 했다.
배민에서는 배달비가 안 드는 포장 주문도 업주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배민에 입점한 순간 이런 광고료와 수수료를 내기 때문이다. 배민이라는 플랫폼으로 발생하는 매출만 생각하기에는 그 비용이 너무 커진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상생에 실패하는 마케팅을 지속할 수 없다. 소상공인들과 상생은 이들에겐 단순한 사회 공헌 활동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과도 같다. 그들은 단기 이익보다도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갈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수백억원짜리 사옥을 짓는다는 소식은 여러 사람을 허탈하게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이 건물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꿈꿔온 ‘버킷리스트’라고 한다.

건물 안에는 자율주행 로봇이 돌아다니고, 1~2층에는 어린이집을 입주시킬 계획이라고도 한다.
일본에 ‘경영의 신(神)’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사업가가 있다. 교세라와 KDDI 같은 글로벌 기업을 창업했고, 부도 위기에 놓인 일본항공 경영을 맡아 부활시킨 인물이다.
그런 그는 ‘비용 절감’을 가장 강조한다. 젊은 사업가들이 하는 질문에 답변 형식으로 쓰인 <남겨야 산다>라는 책에서도 이나모리 회장은 사옥을 크게 지으려는 계획을 만류한다.
그런 그가 김봉진 의장을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할까. 궁금해지는 오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