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태원 회장이 사과할 것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얼마 전 서울대를 찾은 최태원 SK 회장의 이야기다.

최 회장에게 질문을 하려는 학생이  “저는 SK하이닉스 주주”라고 말을 꺼내자, 최 회장은 “미안합니다”라고 먼저 답했다.

‘역대급’ 실적에도 부진한 주가를 의식한 발언이다. 하지만 최 회장이 사과해야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최 회장을 위한 ‘SK스퀘어’의 등장이다.

SK하이닉스 주가 흐름 [자료=네이버 증권]

그동안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의 자회사였다. 인수 당시 SK텔레콤에 현금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수 당시에는 SK하이닉스가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줄 몰랐던 까닭이다.

그래서 (주)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가 오래 지속됐다. 그러나 그룹의 핵심인 SK하이닉스를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해 SK텔레콤은 인적분할 계획을 밝힌다. SK텔레콤과 중간 지주회사인 SK스퀘어로 나뉜 것이다. 그 같은 계획을 밝히자 추락하기 시작한 SK하이닉스 주가는 SK스퀘어가 공식 출범하고 지배 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자 다시 오를 수 있었다.

 

자기 사업 분야가 뚜렷한 SK텔레콤과 달리 SK스퀘어라는 중간 지주회사의 존재는 결국 자회사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SK스퀘어는 SK텔레콤이 인수한 각종 ICT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도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SK하이닉스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와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회사가 동시 상장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가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동시 상장은 곧 중복 계산(더블 카운팅)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자회사 동시 상장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해외 시장의 기준을 적용할 수 없게 되는 문제다. 그렇게 만든 SK스퀘어는 결국 지주회사 (주)SK와 합병될 것으로 본다.

결국 최태원 회장→(주)SK→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 합병을 위해서는 (주)SK 주가는 높을수록, SK스퀘어 주가는 낮을수록 유리하다.

SK스퀘어가 5개 자회사를 계속해서 상장시키겠다는 계획도 합병을 위해서는 나쁘지 않다. 자회사와 중복 문제로 모회사 주가가 떨어진 사례가 이미 많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주)SK는 자사주 추가 매입과 소각을 쓸 수 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들이 결국 최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개별 회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지배 구조를 흔들면서 주가가 흔들린다.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라서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M&A에 제약을 많이 받았다는 회사 측 설명은 궁색한 변명이다. 지주회사가 있는데 굳이 손자회사가 직접 투자를 해야할 이유도 없다. 

자금력도 풍부한 SK그룹은 최근 몇년간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 등 자회사들을 계속 주식 시장에 상장시키고 있다. 굳이 신규 상장이 아니더라도 자금을 조달할 방법은 얼마든지 많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이런 변화 속에 기존 주주들은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 ‘ESG전도사’ 최 회장이 사과를 하겠다면 바로 여기에 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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