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매도가 범죄였나

11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치 지난 9일 있었던 불법 사금융 업체들의 과도한 채권 추심과 같은 횡포를 막기 위한 민생 경제 대책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문제는 공매도가 불법적인 거래가 아니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자본시장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이뤄진 거래라면 공매도 투자자들도 보호받아야 옳다. 국내외 금융회사의 공매도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소수 고소득자에 속하기에 목소리를 내도 공감을 받지 못할 것이기에 침묵할 뿐이다.

잘 운영되던 공장을 정부 마음대로 닫아버린다면 노동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경기 중에 골대를 치워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조치다.

미국 3대 자산운용사의 계열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SSBT)이 우리나라 주식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 표심을 계산한 얄팍한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습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 후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가 발표 전과 비교해 고작 2.8%가량 오르는데 그쳤다는 점이 그것을 보여준다. 

공매도는 단순하게 말해 이유 없이 과도하게 오른 종목의 주가가 낮아질 가능성에 수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이것은 시장 그 스스로 기업을 제대로 진단하고 주가 과열을 식히는 역할을 한다.

특히 선거철이면 특정 정치인과 경영진의 인맥을 억지로 부각시켜 정치인 테마주를 만드는 우리 시장에 공매도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 없이 주가가 폭등하는 종목들을 공매도가 누를 것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도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 주가가 오르고,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좋아하고 지지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큰 틀에서 경제 정책을 볼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킨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 정권 교체로 이어지기도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윤 대통령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처벌 위주 경제 정책을 내놓으면 돌아오는 것 역시 냉정한 심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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