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영의 모든 것’

‘영원한 수업 – 나의 아버지에게 배운 경영의 모든 것’ 표지 [사진=은행나무]
성래은 부회장 [사진=영원무역]
 

“부끄러움은 누구 몫?”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이 올해 6월 출간한 ‘영원한 수업 – 나의 아버지에게 배운 경영의 모든 것’을 읽으며 떠오른 말이다. 성 부회장은 성기학 영원무역그룹 회장의 둘째 딸이다.

영원무역은 국민 등산 브랜드가 된 ‘노스페이스’ 제품의 생산을 맡아 잘 알려진 회사다.

성 부회장은 2002년 영원무역 입사 후 5년 만인 2007년 이사가 됐고 2020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부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버지의 가르침’이 있었다고 한다. ‘경영의 모든 것’이라고 하는 가르침이란 무엇일까.

성 회장은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최우선으로 삼으라”고 가르쳤다고 한다. 또한 첫 번째 덕목은 ‘정직’이었다고도 했다. 성 부회장은 “회사를 위한 한없는 희생”도 언급했다.

그런 가르침을 준 성 회장은 딸 성 부회장이 2016년 대표이사로 선임되자 ‘열정과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성 부회장은 경영권 세습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성 부회장은 “(전문 경영인 제도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우쳐 회사의 장기 성장에 부정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썼다.

성 부회장은 “소유 경영은 개인 지배주주가 본인의 이익을 기업 가치보다 우선시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마치 책 출간 후 나온 성 부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영원무역과 성 부회장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사익 편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성 부회장도 의혹의 중심에 있다. 성 부회장은 비상장 회사 YMSA를 성 회장에게서 물려받는 방식으로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영원무역홀딩스의 29.09%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YMSA다.

850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는 어떻게 냈을까. YMSA가 성 부회장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YMSA는 보유 빌딩을 영원무역홀딩스의 자회사이자 핵심 계열사인 영원무역에 매각했다.

영원무역은 모회사 측이 50.73% 지분을 지배하고 있어 의사 결정에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나머지 49.27% 지분을 가진 주주들은 결국 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에 이익을 포기한 셈이다.

영원무역이 성 부회장이 사실상 소유한 빌딩을 매입하는데 쓰지 않았다면, 이 자금은 주주들에게 배당 가능한 이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의혹은 그뿐만이 아니다. 성 부회장의 동생 성가은 부사장은 개인 브랜드를 출시한 뒤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팔았다. 구호 단체와 협력해서 만든 ‘노스페이스 에디션’ 사업도 성 부사장 개인 회사가 맡았다.

성 부회장이 경영자로서 배워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자신이 책에서 쓰고 있다. “어떻게 하면 주주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한 결과가 주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주주 친화적인 사업 운영을 하려고 더 노력한다”, “경영진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주주를 대신해서 회사를 경영한다”처럼 말이다.

그것이 지금 성 부회장의 책을 읽을 독자들이 느낄 황당함에 가까운 감정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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