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추락이 기회…대주주 지분 늘리고 자사주 매입

[사진=픽사베이]

코스피가 6개월 새 9% 가까이 빠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에서 발을 빼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주주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회사 자금을 이용한 자기 주식 매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주가가 주춤한 틈을 타 지배력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1일까지 나온 공시를 종합하면 두산·사조대림·LF·이월드·대원강업·환인제약·신영증권·이스타코 등이 지난달 최대주주 측의 지분 매입 사실을 밝혔다.

(주)LF는 구본걸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최대주주인 고려디앤엘이 지난달 0.62% 지분을 사들였다. 윤성대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계열사 이월드 0.01% 지분을 샀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주)두산 0.06% 지분을 매입했다. 사조대림은 지난달 사조랜더텍, 주지홍 부회장,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0.54%를 사들였다.

중견 기업도 이 같은 분위기는 비슷하다. 허재철 대원강업 회장의 일가족 2명은 지난달 대원강업 0.64% 지분을 매수했다. 이광식 환인제약 회장도 자사 0.21% 지분을 매입했다.

원종석 신영증권 부회장은 자사 0.03% 지분을 사들였고, 김승제 이스타코 회장의 부인 홍순희씨도 이스타코 0.09% 지분을 매수했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앞둔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기에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상장사 대주주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 부과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주가가 올랐을 때 부모가 주식을 팔고, 현금을 증여한 다음 주가가 낮을 때 자식이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세금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 공시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달 신한금융지주는 2024년 1월 25일까지 신한금융 주식 1000억원어치를 장내 매수한 뒤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SK㈜가 1200억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했다.

키움증권도 자사주 매입에 700억원을 풀기로 했다. 한미사이언스는 100억원을, 풍산홀딩스는 80억원, 나라셀라는 3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한 해당 회사의 주식이다.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은 없다. 하지만 행사 가능한 의결권 주식 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연히 대주주의 지배력은 확대되는 셈이다.

또한 우호 세력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대주주 측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도 가능하다. 회사 주가가 낮을 때 매입해두고 오르면 팔 수도 있다. 주주들에게는 주가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자사주 매입은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은 카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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