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 없는 회사’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주주가 없는 주식회사는 법인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누구나 이해하는 말이다. 결국에는 강력한 전권을 휘두르는 대주주가 없는 회사라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는 최근 ‘주인 없는 회사’ 지배구조를 언급했다.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넓혔다.
그 결과가 무엇일까하고 봤더니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되면서 실망감을 안겨줬다. 임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에 추경호 의원과 함께 경합한 인물로 알려졌다.
결국 부총리로 승진하지 못한 점에 대한 ‘위로’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금융그룹 회장은 고작 그 정도 의미일까. 윤 대통령이 ‘은행은 공공재’라고 말한 이유가, ‘주인’이 없으니 정부 소유나 다름없다는 뜻일까.
차라리 이런 방법은 어떨까. 한 때 인기를 끌었던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으로 이런 주인 없는 회사들의 CEO와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지원할 자격을 주고, 대신 평가는 공정하게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주주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여론 조사로 평가를 매길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은 번거로울 것이고, 소모되는 노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때로는 그렇게 뽑힌 CEO에 실망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짧은 시일 내에 급속도로 발전한 것처럼, 우리 기업 지배구조도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